[화담일보 = 장태겸기자] 영국 정부가 합법 이민자의 영구체류 자격 취득 요건을 강화하려던 계획 일부를 수정하면서 정책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BBC의 크리스 메이슨 정치 분석에 따르면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은 이민 규모에 대한 우려와 기존 이민자의 권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가운데 노동당 내부의 반발과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마무드 장관이 앞서 제시한 ‘더 공정한 정착 경로’ 구상은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가 정착자격을 얻기까지 적용할 기준을 바꾸는 내용이다. 의견수렴에는 약 20만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4만건은 비자 소지자가 제출한 응답이라고 메이슨은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견수렴이 대규모로 진행됐으며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강화안의 주요 대상은 일을 하지 않는 부양가족과 자녀를 동반한 저임금 이민자다. 마무드 장관은 이들이 상당한 재정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정착자격을 얻기 전에 더 엄격한 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집단에 대해서는 자격 취득에 필요한 기본 대기기간을 15년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의견수렴에 부쳤다.
마무드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규정에서는 통상 입국 5년 뒤 복지급여와 지방정부 임대주택을 이용할 자격을 얻는다. 해당 집단의 다수가 2022년 이후 입국했기 때문에 2027년부터 자격 취득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장관이 제시한 정책 추진 배경이다. 그는 또 2021~2024년 순이민 증가가 260만명에 달했다는 수치를 들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대 측이 문제 삼는 지점은 이미 입국한 사람에게 새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앤절라 레이너 주택장관은 정부에 복귀하기 전인 3월, 기존 규정을 믿고 입국한 이민자의 장래를 새로운 규정으로 결정하는 것은 도중에 기준을 바꾸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동료 의원 약 100명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민 규모 관리뿐 아니라 입국 당시 조건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다룰지가 논쟁의 축이 된 것이다.
재정 효과를 둘러싼 이견도 있다. 마무드 장관은 이민자문위원회 연구 결과에 근거해 관련 이민의 생애 전반 납세자 부담을 100억파운드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도좌파 싱크탱크 IPPR은 이 수치를 정착요건 강화로 얻을 장기 절감액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IPPR은 당초 계획이 돌봄 노동자의 영구체류 자격 취득을 늦추는 것이지 정착 자체를 막는 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격 취득 지연으로 복지 지출은 줄일 수 있지만, 100억파운드에는 은퇴 후 국가연금 수령과 보건·사회돌봄 서비스 이용 증가 등 더 넓은 범위의 장기 비용이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보수당에서는 계획 수정이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적 변경 절차도 쟁점이다. 보수당 측은 의회에 계류 중인 이민·망명 법안의 수정 등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야당의 법적 전망으로, 실제 소송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수정안의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이 후속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