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최채윤기자] 팬스타그룹이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왕복 시범운항을 마치고 2027년 하절기에 최대 세 차례 추가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 시범운항을 정기 운항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지만, 운항 가능한 기간과 연료비 부담, 외교적 절차 등이 상업화의 과제로 남아 있다.
스포츠경향이 11월 2일 보도한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인터뷰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8월 22일 부산항 신항을 출항해 북극해를 거쳐 50일 만인 10월 11일 귀항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의 첫 북극항로 왕복 시범운항이다. 김 회장은 10월 2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후속 운항과 선박 전환 계획을 설명했다.
이번 운항은 정부의 북극항로 개설 추진에 맞춰 해양진흥공사와 해운협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시범운항 선사 공모를 계기로 추진됐다. 김 회장은 화물 유치 가능성과 사고 발생 시 회사가 감당할 손실을 우려하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임원들을 설득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출항 준비에는 선박 운용뿐 아니라 통항과 대금 지급에 필요한 승인 절차도 포함됐다. 김 회장은 러시아 영해 통과를 위한 사전 허가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달러 송금 및 대러 제재 예외 승인 문서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선박을 구하기 전부터 미국과 러시아 현지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유빙 등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만나면 러시아 연안으로 진입해야 할 수 있어 허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기상과 얼음 상태에 따라 러시아 영해 밖의 얼음 없는 해역으로 우회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운항 여건을 전제로 한 구상으로, 확정된 후속 항로는 아니다.
북극해 운항 과정에서는 선체 보호와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대형 카페리를 운영하며 축적한 운항 경험과 숙련된 승무원을 바탕으로 유빙과 수심이 얕은 구간에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안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북극항로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용 기간은 주로 7~11월 사이 연중 4~5개월로 제한된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투입 선박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이번 시범운항에 사용한 대형 선박의 무거운 선체로 연료비 부담이 컸다며, 다음에는 중소형 내빙 컨테이너선으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운항 회전율을 높이고 자금 회전 주기를 줄이는 한편, 빠른 수송에 대한 프리미엄 운임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내년 최대 세 차례 운항은 검토 단계이며 정기 운항 전환도 향후 계획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기존 해운 사업은 이번 도전의 배경이 됐다. 팬스타는 2002년 ‘팬스타 드림’을 도입해 부산과 오사카를 잇는 카페리 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두 번째 선박을 들여 매일 운항하는 체제를 갖췄다. 김 회장은 북극항로 시범운항 이후 국내외 화주와 물류기업, 관련 기관에서 화물 수송과 다음 운항 일정에 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초기 적자와 외교적 위험을 민간 선사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연안국과의 외교 채널 강화, 극지 인프라 구축, 초기 운항 손실 보전을 제안했다. 시범운항 완료 이후의 과제는 선박과 운항 방식을 조정하면서 후속 항차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