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정이솔기자] 이라클리 코바히제 조지아 총리가 유럽연합(EU) 가입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가입 절차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인 법률들을 폐지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코바히제 총리는 3일 열린 유로뉴스 확대 정상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가 가입 협상 개시를 결정하면 즉시 참여하겠다고 말했지만, 교착 상태를 풀 구체적인 조치로는 집행위와 공개적으로 논의할 의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조지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인 2022년 우크라이나·몰도바와 함께 EU 가입을 신청했다. 집행위는 당시 민주주의와 법치, 제도 개혁의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조지아에 대한 후보국 지위 부여를 유보했다. 조지아는 2023년 12월 후보국 지위를 얻었으나, 수개월 뒤 유럽이사회는 조지아 정부의 조치가 가입 절차를 사실상 중단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지아 정부는 2024년 11월, 2028년 말 이전에는 가입 협상 개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집행위가 사법부에서 언론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은 뒤 이뤄진 결정이었다. 가입 희망국 지위를 얻은 것과 실제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진 셈이다.
코바히제 총리는 조지아 국민의 거의 80%가 EU 가입을 지지하는데도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집행위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조지아와의 정치적 대화를 중단한 쪽은 집행위라고 주장하며, 조지아의 변화를 원한다면 정부와 대화해야 하지만 EU 측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요 쟁점은 외국 영향력의 투명성에 관한 법률과 비정부기구(NGO)의 국가 등록에 관한 법률이다. 유럽평의회 산하 베네치아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조지아 집권당에 관련 입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법률 의견에서는 입법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일부 정의가 모호하며 형사 처벌이 비례성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바히제 총리는 두 법률 모두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지아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이 국제 기준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주장하면서, 폐지 요구는 조지아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베네치아위원회에도 정치적 편향이 있다고 비판했으며, EU의 요구를 조지아가 모스크바의 지시를 따라야 했던 소련 시절에 빗댔다.
그는 집행위가 당초 후보국 지위를 유보한 결정도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집행위의 평가에서 조지아가 몰도바나 보스니아보다 나았는데도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EU의 조지아 평가가 사실과 다르며 정치적 압박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는 집행위가 제시한 민주주의와 법치 문제에 대한 조지아 정부의 반박이다.
EU 가입을 계속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도전과 경제적 역풍 속에서 EU 자체와 조지아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답했다. 또 민주주의·법치·인권에 기반하고 경제적으로 강하며 주권을 지닌 조지아가 EU에 가입한다는 목표에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위의 조지아 관련 보고서들은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유럽이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신규 회원국 가입에는 27개 회원국 정상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EU 정상들은 2025년 유럽이사회 결의에서도 조지아 당국에 EU 기관과 트빌리시의 EU 대표부를 향한 적대적 언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