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한 밤,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을 올렸고,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패인 분석은 한 단어로 수렴했다. 전쟁.
투표함에서 정산된 전쟁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전쟁은 8개월을 끌며 워싱턴의 일정을 지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기름값이 뛰었고 장바구니 물가는 가계부를 때렸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54석 대 44석으로 상원을 되찾았고 하원 다수당까지 거머쥐었다. 공화당 대통령이 양원을 모두 내준 것은 20년 만이다. 출구 조사에서 유권자 네 명 중 세 명은 이란 전쟁을 투표의 중대 요인으로 꼽았고, 생활물가를 중대하게 본 비율은 열 명 중 아홉에 가까웠다.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진영 내부에서 같은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캔자스처럼 공화당의 성벽이던 주들에서 상원 의석이 넘어간 밤이었다. 전쟁은 4월 휴전 뒤에도 끝나지 않은 채 유권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펜타곤이 의회에 보고한 전쟁 비용은 약 471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대체로 전쟁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공화당 패배의 주된 배경으로 이란 전쟁과 그로 인한 생활비 상승을 꼽았다. 단기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른 것이 표심을 눌렀다는 것이다. 전쟁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을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이 전쟁을 부드러운 전쟁이라고 불렀다. 부통령의 평가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선은 분명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허용할 수 없으며, 다시 결정해야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후회는 없다는 선언이다. 그는 민주당이 파괴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잘 지낼 수 있고, 이미 민주당 측에서 논의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거부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자신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면 공화당이 분명히 이겼을 것이라는 주장과, 하원의장 선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도 이날 나왔다. CBS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에 축하를 전하며 나라를 위해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내각을 바꿀 뜻은 없다고도 했다.
밴스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이다"
선언처럼 읽히는 글은 부통령 JD 밴스가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이며, 대통령 본인도 어젯밤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패배를 투표율 탓으로 돌리는 해석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왔고, 문제는 2024년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 다수가 2026년에 민주당으로 넘어간 데 있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에서는 유권자 구성이 공화당 쪽으로 9%포인트 기울어 2024년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결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밴스가 인용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탈한 지지자들이 공화당으로 돌아올 조건으로 4가지를 꼽았다고 전했다. ▶전쟁을 끝낼 것, ▶생활비와 인플레이션에 집중할 것, ▶미국 우선으로 돌아갈 것,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바꿀 것이다. 밴스는 상원을 6년 동안 내주는 대가가 치를 만한 값이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며, 모두가 왜 졌는지 알고 있고 논의는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분노한 지지자들에게는 그 감정을 정치 참여로 옮겨 달라고 호소했다. 로이터는 이 글을 부통령이 대통령의 전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신호로 읽었고, 국방장관의 거취와 재공격 결정을 둘러싼 질문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패배, 두 개의 문장
대통령과 부통령은 같은 패배를 읽고 다른 문장을 썼다. 트럼프에게 전쟁은 치러야 했던 대가이고, 밴스에게 전쟁은 당이 돌아가야 할 출발점이다. 두 문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앞으로의 워싱턴이 갈린다. 패인을 전쟁으로 못 박은 이상, 재공격과 협상, 종전의 시계를 둘러싼 모든 결정에는 이제 정치적 가격표가 붙는다. 의회를 잃은 행정부가 남은 2년 동안 그 가격표를 어떻게 읽을지, 그리고 부통령의 직언이 충언으로 남을지 균열의 첫 금으로 남을지는 아직 열려 있다.
2028년 대선을 바라보는 부통령의 글이 차기를 향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워싱턴에 퍼져 있다. 이란 전쟁의 두 번째 전선은 테헤란이 아니라 백악관 안에 그어졌다. 전쟁을 시작한 손과 그 전쟁의 값을 매긴 손이 같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이, 이번 패배를 단순한 선거 결과 이상으로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