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바오 닌의 단편 '물결의 비밀'이 우리에게 묻는 것

민병식

바오 닌(1952- )은 베트남 소설가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동허이시 바오 닌 마을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하노이로 이주했다. 본명은 호앙 어우 프엉이고 바오 닌은 그의 필명이자 고향의 지명이다. 1969년 열일곱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대에 자원입대, 베트남 남부전선에 투입된 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6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웠다. 

 

전후 하노이로 돌아와 식량 밀거래를 하는 전역 병들과 몰려다니며 황폐한 생활을 하던 그는 응우옌 주 문학학교에 입학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91년 발표한 작가가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전쟁의 슬픔이 대표작으로 베트남 작가협회 최고작품상을 받았고, 제2회 아시아문학상과 제3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트남 전쟁 시 남베트남을 지원하던 미군의 폭격으로 제방이 무너지고 강물이 범람하자 경비초소에서 마을을 지키던 사내는 아내가 있는 집으로 달려간다. 다행히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은 아내와 함께 마을 사당 보리수나무에 매달리게 되는데 어느 낯선 여자의 외침에 손을 내밀다가 아기가 포대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아내는 아기를 구하기 위해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고 그도 뒤따라 뛰어든다. 

 

사내는 간신히 아기만 구하고 기절했지만, 아내는 찾지 못한다. ​그러나 사내가 구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엉뚱한 남의 아기였다. 그것도 딸이었던 것이다. 그는 단지 강물만이 아는 비밀을 가슴에 묻은 채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기를 '내 아기'로 키운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비극은 있을 수 있는 슬픔이겠으나 전쟁 중에 아내와 아이를 잃고 다른 아이를 구해 키운다는 설정에서 이념의 갈등이 민중들에게 미치는 견디어 낼 수 없는 아픔을 독자로 하여금 피부로 느끼게 한다. 

 

작품에는 사내가 둑에 나가 강물을 바라보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고 얻은 것은 딸을 구한 아버지라는 마을 사람들의 칭송이다. 즉, 딸을 구한 아버지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아래 감추어진 것은 아내와 아들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전쟁이 낳은 진짜 아픈 상처이며 모진 슬픔과 상실을 딛고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내의 기구한 운명이다.

 

대한민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6·25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군인들과 민간인이 이념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죽어 나갔는가. 이후로도 남북한으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현실, 언제 또 우리는 국민의 삶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어느 곳에서 총소리가 날지 모른다. 지금의 세계는 어떤가. 국가의 이익, 종교 분쟁 등으로 인한 전쟁이 지구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전쟁의 참상을 통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전쟁에 승리와 패배가 있는가. 어디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찾을 것이며 무엇이 승리이고 패배이며, 승리와 패배의 몫은 누구의 것이냐고 묻고 있다. 

 

결국 전쟁은 민중의 삶을 망가뜨린다. 트라우마다. 전쟁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전우를 잃고 서로 쏘고 죽이고 하는 살생의 피비린내가 생생히 살아서 언제든 기억 속 전쟁터로 불러들인다.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죄 없는 국민들만 여전히 전쟁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10.21 11:13 수정 2026.10.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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