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료일기] “엄마, 조금만 더 힘내보자”…77세 엄마와 함께 이어가는 담낭암 치료

제주에서 서울로 전원 후 담낭암 확진…전이와 주변 침범으로 수술 어려워 항암 시작

치료 사이에는 제주 집으로…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지켜온 엄마의 일상

독감으로 치료가 미뤄지는 고비도…“체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에 다시 힘을 얻다

 

우리 엄마는 일흔일곱 살이다.

 

나는 엄마의 치료 이야기를 쓰며 장난스럽게 ‘앵그리 엄마’라고 부른다.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암과 맞서 살아가는 우리 엄마의 이야기다.

 

2024년 6월,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담관암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협력병원인 이대서울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았고, 7월 초 담낭암으로 확진됐다.

 

담낭에서 시작된 암이었다.

 

간에 여러 전이 병변이 있었고, 혈관과 췌장 머리 부위, 십이지장 침범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은 어렵다고 했다.

항암치료 역시 수술로 이어가거나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병을 조절하며 생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치료라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7월 초부터 엄마의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언제까지 받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여정이었다.

 

엄마가 받은 약은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키트루다였다. 우리는 약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젬·시·키’라고 불렀다.

엄마의 치료 일정은 첫째 주와 둘째 주에 항암치료를 받고, 이후 약 열흘을 쉬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치료를 쉬는 동안에는 제주도 본가로 내려가 생활했다. 그리고 다음 항암 날짜에 맞춰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엄마에게 치료는 주사실에서 보내는 시간만이 아니었다.

 

제주에서 서울로 이동하고, 치료받은 몸을 추스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 모두 치료의 일부였다.

그 사이에도 엄마는 자기 생활을 이어가려고 했다.

 

나는 엄마가 무엇을 드시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신경을 썼다.

익힌 당근과 토마토에 여러 과일을 넣어 갈아드리기도 했다. 

 

엄마는 처방약을 복용하면서 영양제와 한약, 침치료 등도 병행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다만 여러 가지를 함께 했다고 해서 무엇이 치료 효과나 체력 유지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는 없다.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고마운 손길도 있었다.

 

시어머님은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고 오시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해주셨다. 

엄마 곁에 나 말고도 마음을 써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엄마는 걷기도 꾸준히 했다.

 

항암치료 중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녁 식사 후 아파트 체육공원을 걸었다.

엄마가 걸을 수 있는 날에는 열 바퀴 이상 돌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는 장소를 바꿔서라도 걷는 생활을 이어가려고 했다.

 

치료받고 돌아오면 쉬고만 싶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자기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갔다.

 

그렇게 지내던 중 예상하지 못한 고비가 왔다.

 

2025년 1월, A형 독감에 걸렸다.

항암치료가 미뤄졌다.

 

독감에서 회복하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보호자인 내 마음에는 또 다른 불안이 있었다.

‘치료가 늦어지는 동안 암이 진행하면 어떡하지?’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놓이지 않았다.

참, 무엇 하나 쉽게 지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엄마는 독감에서 회복해갔다. 그리고 다시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전주에는 10번째 사이클의 첫 주 치료를 받았다. 우리 가족이 세어온 횟수로는 21번째 항암이었다.

 

외래에서 교수님은 엄마의 체력이 잘 유지되고 있고 치료 효과도 좋다며,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났다.

 

매일 식사를 챙기고,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이어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앞으로의 치료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일로 치료가 미뤄질 수도 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다시 치료받고 있다.

엄마의 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다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붙잡는다.

 

나는 환우분들과 가족들에게 함께 버텨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무조건 아픔을 참으라는 뜻은 아니다.

 

힘든 증상은 의료진에게 이야기하고, 쉬어야 할 때는 쉬면서,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다음 하루를 이어갔으면 한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치료 중이다.

 

일흔일곱 살의 몸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회복하고, 다시 병원으로 향한다.

나는 그 곁에서 엄마의 식사와 걸음, 표정과 목소리를 살핀다.

 

오늘도 엄마가 한 끼를 드시고, 조금 걷고, 편히 쉬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 진료에서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 조금만 더 힘내보자.”

우리 가족은 그렇게 또 하루를 함께 지나가고 있다.


 

※ 이 글은 암환우 카페 ‘암행권’ 회원 밤비님이 2025년 2월 23일 게시한 「77세 앵그리 엄마 치병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나이와 치료 경과는 원문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이후 상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원문에 등장하는 영양제·한약·침치료·사우나 등의 효과는 이 경험담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항암치료 중 보조요법 병행 여부는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고 상의해야 합니다.

 

작성 2026.11.05 17:18 수정 2026.11.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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