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인 '타우(Tau) 단백질'이 주변 뇌세포로 퍼져나가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치매 진행의 악순환을 끊을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타우 단백질이 주변의 건강한 뇌세포로 이동하는 것을 촉진하는 단백질 FAM84B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염증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10월 2일 온라인 공개됐다.
타우는 정상 상태에서는 신경세포의 뼈대를 지탱하지만, 노화 등으로 비정상적인 변형이 일어나면 서로 엉겨 붙어 응집체를 만든다. 이런 타우는 알츠하이머병과 진행성 핵상마비(PSP), 일차성 연령관련 타우병증(PART) 등에서 신경세포 손상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병리적 타우가 주변 세포로 퍼지며 병변이 뇌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이 치매 악화의 핵심 기전이지만, 어떤 요인이 이 이동을 촉진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조철만 연구관팀은 환자의 사후 뇌조직과 환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타우 관련 질환 환자의 뇌조직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신경세포에서 FAM84B가 치매가 없는 대조군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신경세포 내 FAM84B를 인위적으로 늘리자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타우가 급증하고 이를 전달받는 주변 세포도 늘어, FAM84B가 타우의 세포 간 이동을 가속하는 촉진제임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염증 자극인자 IL-6로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FAM84B 발현이 커지고 타우 이동도 활발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는 리아노딘 수용체(RYR3)와 연계된 세포 내 칼슘 신호가 핵심 역할을 했고, 클라트린 관련 세포 내 유입도 일부 기여했다. 리아노딘 수용체 억제제 '단트롤렌'으로 칼슘 신호를 억제하자 염증 환경에서도 FAM84B 연계 신호가 차단돼 타우를 전달받는 세포 수가 유의하게 줄었다. 신경염증과 병리적 타우 확산이 무관하지 않으며 FAM84B가 둘을 잇는 조절인자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다만 이번 성과는 세포 수준의 기초연구 단계다. FAM84B가 실제 생체 내 질병 진행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 가능한지는 동물실험 등 후속 연구로 검증해야 한다. 조 연구관은 "이 경로가 실제 치매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