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이자 ‘국민 아버지’로 불리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30일 유족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재활 치료에 전념해 왔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이후 67년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와 함께했다. 특히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정의감 넘치는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한국형 수사드라마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출연해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한국의 아버지상을 그려냈다.
배우 김혜자와 오랜 세월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그대 그리고 나’, ‘여명의 눈동자’, ‘영웅시대’, ‘궁’, ‘식객’ 등 수많은 작품에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뿐 아니라 방송 진행자로서도 활약한 그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으며,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4년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다.
특유의 소탈한 웃음과 편안한 목소리는 세대를 넘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눔과 사회공헌에도 힘썼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과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에 위촉되기도 했다.
고인의 아내인 배우 김민자는 마지막 순간 가족들과 함께 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족으로는 아들 동녘 씨와 딸 동비 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의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형사이자 아버지, 그리고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본 방송인으로 기억되는 최불암. 그의 별세로 한국 방송·연기계는 큰 별 하나를 잃게 됐다. 67년 동안 국민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의 연기와 특유의 넉넉한 미소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