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데일리24시] 명태균 진술과 객관적 통화 기록 사이 불일치 지적…“의혹과 유죄 입증은 별개” 법치주의 원칙 재조명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범죄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026년 10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 2021년 보궐선거 관련 의혹…1심과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사건의 출발점은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오 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 약 3,300만 원을 후원자인 김한정 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2025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도 관련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았다.
2026년 7월 1심 재판부는 전체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이 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인정했다. 인정된 금액은 2,100만 원이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오 시장 측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 시장 측은 혐의를 부인했고, 특검 측은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다퉜다.
항소심에서 특검 측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10월 23일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무죄 판단의 핵심은 명태균 진술의 신빙성
이번 항소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오 시장이 실제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을 요청했는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한지였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오 시장의 비용 대납 요청을 직접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명씨의 진술이라고 봤지만,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이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고, 수사 과정에서 오 시장과 관련한 진술을 시작한 경위에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명씨가 주장한 통화 내용과 실제 통화 기록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명씨는 오 시장과의 통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필요성과 비용 부담에 관한 대화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실제 통화 시간과 기록이 진술 내용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차량 운전자 역시 관련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신뢰할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 항소심에서 새롭게 다뤄진 통화 녹음파일
항소심에서는 1심 때 제출되지 않았던 김씨와 명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도 증거로 다뤄졌다.
2021년 3월 6일과 13일 이뤄진 통화에는 명씨가 오 시장은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김씨가 자신이 직접 일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도됐다.
오 시장 측은 해당 녹음이 자신이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하거나 비용 대납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명씨 측은 관련 발언이 여론조사 자체가 아니라 당시 후보 단일화 전략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따라서 녹음파일의 의미를 단순히 한 문장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발언의 전후 맥락과 다른 증거와의 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증거 하나가 아니라, 공소사실 전체를 뒷받침할 증거가 법률상 충분한지 여부였다.
항소심은 이러한 증거 관계를 검토한 뒤 1심에서 인정된 유죄 부분까지 무죄로 판단했다
■ 의혹과 형사책임은 구분해야…무죄추정 원칙의 의미
이번 판결을 평가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정치적 의혹과 형사법상 유죄 판단은 서로 다른 기준을 따른다는 점이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지, 후보자와 조사 관계자 사이에 어떤 의사소통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정당한 공적 관심사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검사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해야 한다.
이 기준은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정치적으로 비판받는 인물이라고 해서 증거가 부족한 범죄사실까지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으며, 정치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고 해서 충분히 입증된 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이번 항소심 무죄를 옹호하는 법률적 논거도 여기에 있다. 재판부가 핵심 진술의 신빙성과 객관적 자료의 부합 여부를 검토한 뒤 범죄사실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은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라 형사재판의 증명 원칙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의혹은 철저하게 검증하되 유죄는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 특검 측 상고 방침…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은 남아 있다
항소심 선고 직후 특검 측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 측은 오 시장 측 관계자들의 대화 내역과 관련 발언, 변호사의 면담 메모 등을 거론하며 재판부가 주요 증거를 충분히 언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2026년 10월 23일 현재 확인되는 결론은 항소심 무죄 선고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무죄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법적 의미가 크지만, 향후 상고 절차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는 별도로 지켜봐야 한다.
■ 법치주의는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완성된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시민의 몫이다. 정책과 행정 성과에 대한 평가는 계속돼야 하며, 공직자에 대한 검증 역시 중단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법정에서는 여론의 크기나 정치적 유불리보다 증거와 법률이 앞서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보장돼야 하며, 유죄 판단에는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에서도 증거의 신빙성과 입증 책임이 재판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되 남은 절차를 지켜보고, 정치적 검증과 형사책임을 구분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법치주의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보호할 때만 작동하는 원칙이 아니다. 내가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법적 기준을 적용할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오세훈 시장 항소심 무죄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의혹은 검증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유죄의 결론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