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5. SCL을 아십니까? 보고 듣는 AI,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AI 안경의 ‘인권 딜레마’

수능은 AI 안경 착용 시 시험 무효·다음 연도 응시자격 정지... 유럽도 개인정보 침해 위험 공식 경고 촬영 표시등만으로 충분한가... ‘보는 기술’ 넘어 어디까지 허용할지 사회적 기준 필요

 

                                                                                                                                                                                                AI생성이미지

AI 안경을 둘러싼 논쟁이 빠르게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

10월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을 공개했다. 스마트 안경 등 무선기기를 1교시 시작 전에 제출하지 않고 시험 중 착용하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다음 연도 1년간 수능 응시자격도 정지된다. 단순 소지만 해도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된다.

 

이에 앞서 10월 10일 연세대학교 수시 논술시험에서는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됐다. 10월 3일 서울시립대학교 논술시험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AI 안경이 더 이상 미래의 편의기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험장이 먼저 보여준 셈이다.

 

유럽에서도 경고음이 울렸다.

10월 13일 유럽개인정보보호이사회(EDPB)는 스마트 안경을 별도 주제로 다룬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 안경처럼 보이는 기기에 카메라와 마이크, 인터넷 연결 기능이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기록될 수 있고, 병원·학교·직장처럼 민감한 공간에서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험장과 유럽 규제기관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보고 듣는 AI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안경 하나가 바꿔놓은 ‘촬영의 경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면 대개 기기를 꺼내 상대방에게 향한다.

AI 안경은 다르다. 착용자가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카메라가 그 사람을 기록하는 행위가 겉으로 쉽게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결합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단순히 찍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보고, 듣고, 해석한다.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를 번역하거나 요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에 연결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문제 역시 ‘카메라를 켰느냐’에서 ‘무엇을 인식했고 어디까지 처리했느냐’로 옮겨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안경은 단순한 웨어러블 신제품을 넘어 인권과 기술이 맞부딪치는 문제가 된다.

 

법은 이미 선을 긋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도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기준을 두고 있다.

업무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영상을 촬영할 경우 법률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촬영 사실도 정보주체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시행령은 불빛이나 소리, 안내판·안내방송 등의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목욕실과 화장실, 탈의실처럼 사생활 침해 우려가 현저한 장소에서는 촬영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법은 이미 ‘촬영의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AI 안경이 만들어내는 문제는 그 선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불빛은 지금 촬영 중이라는 사실은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얼굴을 인식했는지, 무슨 대화를 분석했는지, 무엇을 저장했고 어디로 보낼 것인지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촬영 고지와 AI의 정보처리 사이에 새로운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제조사도 움직인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제조사들도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Meta는 9월 23일 AI 안경을 위한 ‘Private Processing’을 공개했다. 안경 자체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스트리밍 음성 전사, 맥락 검색, 장기 기억 등의 작업을 외부 컴퓨팅 환경에서 수행하면서도 이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다.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과 애초에 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험장에서 문제가 눈앞에 있다면?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듣고 있다면?

기업 회의실에서 기밀자료를 바라보고 있다면? 사용자가 명령했다는 이유만으로 AI가 그대로 움직여도 되는가. 여기서부터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행동의 허용범위’로 옮겨간다.

 

표시등 다음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AI 안경 시장이 커질수록 장소마다 ‘착용 금지’ 표지판만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시험장에서는 벗고, 병원에서는 끄고, 기업에서는 반입을 막는 방식만으로 시장이 확장될 수 있을까. 오히려 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따로 있을 수 있다.

 

카메라가 있다고 무조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제한할 수 있는가. AI가 무언가를 인식했다고 바로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넘어서는 안 될 조건을 만나면 실행 전에 멈출 수 있는가. 바로, ‘기술 내부의 통제’라는 질문이다.

 

국내에서는 메타콤(주)이 FORHU와 함께 SCL 기반 AI 플랫폼의 시장 적용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FORHU가 SCL 기술을 도입·접목하고, 메타콤(주)이 서비스 적용과 시장 사업화를 추진하는 구조다. 현재 SCL이 특정 AI 안경에 실제 탑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촬이나 도청, 시험 부정행위를 완전히 막는 기술이라고 단정할 단계도 아니다.

다만 AI가 감지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멈출 수 있는 구조를 기술 안에 넣을 수 있는가. SCL은 그 질문에 던져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아직 답은 남아 있다. AI가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게 되는 시대.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능만이 아니다. 무엇을 해도 되는지,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 AI 안경의 다음 과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고 있다.

 

작성 2026.10.19 14:48 수정 2026.10.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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