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분(春分)은 3월 20~21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입니다. 본격적인 봄의 한가운데입니다. 이때 돋아나는 어린 쑥은 향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쑥은 예로부터 약초로 쓰였을 만큼 몸에 좋은 나물입니다.
어린 쑥국은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고 쑥과 들깨가루를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됩니다. 들깨가루의 고소함이 쑥의 향긋함을 감싸 안아줍니다. 콩가루를 살짝 묻힌 쑥은 국물 속에서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이 국 한 그릇이면 봄의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춘분의 쑥국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맛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밥상 — 쑥 한 타래가 연 나라
삼국유사에 따르면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다. 곰은 견뎌 스물하루 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고, 호랑이는 참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웅녀가 된 곰은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 우리나라 건국 신화의 한가운데 쑥이 있다. 신령스러운 풀이라 불린 쑥은 예로부터 액을 막고 몸을 데우는 약초로 여겨졌다. 쑥국 한 그릇은 단순한 봄나물국이 아니라 한민족의 시작을 품은 국이다.
쑥의 향긋함을 맛볼 때마다 우리는 건국의 아침을 마시는 셈이다.
